며칠 째 선호가 새벽에 깨서 바로 잠들지 않는다.
지호야 워낙 자면서 많이 돌아다니고 자주 깨는 아이인데, 선호는 잘 자다가 가끔 이럴 때가 생긴다.
새벽 세네시쯤 되면 일어나서 놀이방에 가서 자거나 ㅠㅠ 거긴 너무 추운데 ㅠㅠ
소파에 가서 눕거나 하는데... 그러면 나는 걱정이 되고 신경 쓰여서 소파 가장자리에 같이 누워있는다.
자는 둥 마는 둥 졸다 깨다 하다가 너무 힘드니까, 이제 들어가서 자자~ 하면은 들어갈 때도 있고 거부할 때도 있고.
들어간다 해도 다시 벌떡 일어나 나가서 처음부터 반복... 그러다 보면 막 두 시간 지나 있고.
아 이제 좀있으면 출근해야하는데 으헝헝 하다 눈 감으면 (다행히 그새 꼭 잠은 든다) 야속한 알람이 울린다.
그런데 어제는 좀 이상했던게, 놀이방에서 나랑 같이 자다가 안고 들어와 눕혔는데 또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지는 않고 침대 밑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서는 가만~히 있는 거다.
앉아서 자나 했더니 눈도 뜨고 가만히 멍때리고 있었다.
잠깐 그러다 말겠지 하고 누웠는데 꽤 오래 지나 다시 확인해도 계속 그러고 있었다.
선호 왜그래? 왜 앉아있어? 하고 물어봤더니 대답을 안하길래 잠이 안와? 그랬더니
잠이 안와.... 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누워있어야 잠이 오지~ 그랬더니 다시 침묵...... 침묵의 앉아있기.......
이미 처음 깬 시간부터 한시간? 넘게 지난터라 난 너무 지쳐있었는데, 그리고 이게 거의 일주일째라
진짜 대체 왜이러나 싶어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래서 아기 옆에 앉아 엉엉 울고 있었더니 경준이가 깨서 선호를 데리고 나갔다.
그러고는 난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다가 기절. 출근하려고 일어날땐 모두가 숨소리도 안내고 자고 있었다.
왜그럴까? 아기들은 대체 왜그럴까? 아니, <우리>아기는 왜그럴까?
궁금해 하는 것은 사실 아무 도움이 안되고 그간의 경험상 확실한 이유는 절대 찾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그랬나보다, 추정만 할 뿐. 이가 난다던가. 아픈데가 있다던가.
지금의 내 생각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엄마의 부재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한밤중에 막 가슴이 답답하고 잠이 안오고 심란하고 뭐 그런거 아닌지.
1~2주 차에는 오히려 애들이 너무 멀쩡해서 와, 역시 여태 키우고 나온 보람이 있네 했는데
아무렇지 않을리가 없다. 아무렇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한 것이었다.
지호는 주로 낮에 짜증이 엄청 늘었다. 예전과 달리 엄마를 미친듯이 찾으며 짜증을 내고 우는 것이 잦아졌다.
선호는 괜찮아보였는데 불면(!!)으로 스트레스가 발현되는 것일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저녁에 일찍 온다 해도 나의 출근은 아기들 입장에서는 너무 화가나고 괘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가 없다니? 어린이집에서 나왔는데 엄마가 안오다니? 니가 어떻게 나한테!!!!!!!!!!악!!!!!
그래서 난 다 받아주고 더 사랑해주어야 한다.
라고 적고 있지만.....그것은 정말 극기의 영역이다.
깜깜한 새벽의 출근길, 집에 들어가자마자 쫓기듯이 옷을 갈아입고 아기들을 봐야하는 것,
편하게 티비도 못 보고 매번 아기들과 함께 잠들어버리는 것 모두 아직 낯설고 버겁다.
물론 또 감사한 걸 생각하면 끝도 없다. 할머니의 무한사랑과, 경준이의 희생과, 아기들의 큰병없음 등등...
나만 잘하면 되는데. 나만 잘 버티면 된다.
이런 얘기를 하면, 경준이는 늘 아기들 더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라고, 그땐 정말 힘들었지 않냐고 한다.
그땐 뭐 밤중 깨는게... 그냥 깨는게 아니라 몇시간을 울어제꼈으니.
하지만 육아란 늘 한숨 돌렸다 싶으면 새로운 고통과 시련이 닥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또 준비되지 않은 무방비 상태로 어,어, 어 하면서 온몸으로 받아낸다. 울고 고민하고 검색하고...
지금의 힘듦도 다 지나갈 것임을 알지만, 그것이 딱히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그냥 그렇구나... 하는 수밖에 없다.
제발 오늘은 잘 자고 싶다. 안깨고.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