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에서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여객선은 나름 쾌적했고
다행히도 둘다 배멀미 없이 자고 일어나 크로아티아에 도착했다
동이 틀 무렵 창밖으로 낯선 도시의 모습이 보여 설렜다
갑판에 나가 새벽의 공기를 느껴보았다
이 때부터 두브로브니크의 인상이 참 좋았다!
항구에서 내려서 어떤 교통수단을 탔겠지....? 어찌 저찌해서 시내에 도착~
이곳에서의 숙소는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에서 도보 5분 정도 떨어진 에어비앤비로
해변을 가기에도, 성벽 투어를 하기에도 적당한 위치고 무엇보다 한적해서 좋았다
흡족스러운 마음으로 짐을 풀고 바로 옆 바다로 갔나...?
두브로브니크의 바다는 이탈리아 남부 바다에 비해 막 절경이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물이 참 깨끗하고 적당히 사람이 많아서 그간 못한 해수욕을 열심히 했다
남편의 말로는 물이 엄-청 차가운데 볕은 엄-청 뜨거워서 아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기분이었다고.
다음날이었나,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도 올랐다
붉은색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유럽 다른 지역을 가도 종종 볼 수 있지만 볼 때마다 귀엽고 이쁘다
또 다른 하루, 로크룸 섬에 갔다
두브로브니크 항에서 배를 타고 몇 십분 나가면 도착하는 곳인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공작새로 유명하며...... 실제로 섬 안에 어딜가나 공작새들이 당당히 활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조류공포증이 있는 나로선 진지하게 망설였지만,
여행자의 용기로! 그리고 비둘기처럼 푸드덕 나에게 돌진하진 않겠지... 란 생각으로 방문을 감행하였다
(최근 건후와 공작새의 영상을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은듯...최근 본 영상 중에 가장 소름 돋는 공포물이었다)
공작새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섬을 산책하고 포토제닉한 동굴에서 사진도 찍고 놀았다
그리고 적당한 바다에 뛰어들어 본격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살펴보니 한 남자가 1인용 카약을 타고 속절 없이 우리 쪽으로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 다급한 목소리는 분명히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고, 그런데 왜 이렇게 익숙한 느낌이지....했더니?
아니 그분이 또렷한 한국말로 살려주세요!!!!! 라고 외치고 계신게 아닌가! 왓??
엄청 놀란 나와 남편, 그리고 주변의 외국인들은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 그쪽으로 수영해 다가가 뭍으로 끌어주었다
헉헉거리며 겨우 몸을 빠져나온 그분은 우리에게 연신 감사인사를 하며 자신의 사연을 전해주었는데....
사실 사연이랄 것은 없고 혼자 카약을 빌려 항구 주변을 돌다가 의욕이 과하여 좀 멀리 오셨는지,
파도에 휩쓸려 방향을 잃고 힘도 잃고 그만 표류하게되었다는~
글로 쓰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로 위험천만한 사건을 겪으신 것이었다
그분도 마침 한국인을 만난 것이 신기했는지 황망한 마음과 안도감을 우리에게 털어놓으시곤,
카약 렌트업체와 연락을 하셨던가... 여튼 조치를 취하고 쓸쓸히 떠나셨다
각종 물놀이할때는 조심 또조심해야합니다!!!
사건과는 별개로 로크룸에서의 물놀이는 매우 즐거웠다
돌아가는 배를 기다리며... 버젓이 줄을 서고 있는 공작새 으으
그나마 나에게 접근하거나 깃을 편다거나 하지 않아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남편은 지명, 이름 등 고유명사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고 나는 그에 비해선 잘 기억하는 편이다
반대로 나는 사람 얼굴 같은 이미지에 약하고 남편은 강하고 이런 식.
나는 나 못하는 건 생각도 안하고 종종 텍스트를 기억하지 못하는 남편을 타박하고 조롱하곤 하는데
어느날은 그간 쌓인 설움이 폭발했는지, 나에게 비장한 듯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배 타고 간 공작새 섬 이름이 뭔지 아냐고........?
헐...?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끝내 기억하지 못한 나.... 패배하고 만다
내가 낭패의 표정을 비추자 그는 기다렸다는듯 로! 크! 룸!!!! 한 자 한 자 힘주어 외치며 깨춤을 추었더랬지
분하다.........
여하간 이런 사연으로 로크룸은 우리에게 기억력테스트의 고유단어이자 자존심의 상징이 되었닷
마지막으로 성벽 내 올드타운의 길
하얀 바닥이 낮에는 눈부시게 빛나고 밤에는 조명이 반사되어 은은하니 아름다웠다
예쁘고 단정했던 도시, 두브로브니크를 떠나 스플리트로!